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일(현지시간) 종료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50~0.75%로 동결하자, 결과를 주시했던 한국은행은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당분간 현행 1.25% 기준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통화정책 여건이 만들어져서다.
한은은 국내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올해에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시장 일각에선 올해 상반기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빠를 경우 하반기 한은이 금리인상을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5일 한은에 따르면 2월 FOMC 이후 뉴욕사무소, 외환시장팀을 중심으로 현지 반응과 국제금융시장 모니터링 결과를 취합한 결과 미국의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월 FOMC에서 주목된 점은 추가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단서였다.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이어갔고 물가도 오름세여서 3월 금리인상 기대감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FOMC 의사록에 공개된 점도표(dot plot)에서 다수의 연준 위원들은 올해 3회 금리인상이 적절하다는 인식을 나타낸 점도 이같은 전망의 근거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회의 결과는 '만장일치' 동결이었고, 추가 금리인상 단서는 찾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금리인상 횟수가 2회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연준이 경기지표와 심리가 개선됐지만 기업 투자 개선은 미진하다고 평가하는 등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을 나타냈다”며 “다음 금리인상은 3월보다 6월이 유력하고 연내 미국 금리인상 횟수는 2번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은 내부적으로도 올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실제로 3번 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한 분위기다. FRB의 경제인식이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는 데다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도 유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상황 관련 표현이 지난 12월 정책결정문과 비교해 사실상 변화가 없다”며 “FOMC가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수준인 2%를 하회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연내 한미 양국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이에 따라 자본유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우려도 다소 줄어들 수 있다.
한은은 미국 금리인상 횟수보다 그에 따른 시장 영향을 통화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올해 금리를 2번 올리든, 3번 올리든 우리 경제와 금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수 금통위원들도 미국이 추가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국내에서 급격히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지난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현재 우리나라 대외신인도와 대외건전성을 검토할 때 한미 금리역전 현상이 향후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안팎에선 한은의 올해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은이 미국 금리인상 속도와 금융시장 영향을 관망하면서 연내 금리동결 기조를 최대한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인상을 한다면 하반기 한은이 금리인상을 고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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