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그래프에서 1993년 지점을 자세히 한 번 보시죠. 빌 클린턴이 취임한 직후부터 달러-엔 환율이 급락하는 모습이 보이죠. 달러가 엔화에 대해 대폭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일본 엔화가 미국 달러에 대해 대폭 절상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1985년까지만 해도 1달러는 250엔 정도 했습니다. 그러던 게 플라자합의 이후로 대폭 떨어졌습니다. 이후로 좀 안정되는가 싶던 달러-엔 환율은 클린턴의 취임 직후부터 다시 곤두박질 쳤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1993년 2월, 막 취임한 클린턴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인 로이드 벤센이 노골적으로 일본 엔화의 평가절상 필요성을 시사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 뒤, 클린턴 대통령은 미야자와 키이치 일본 총리와의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만약 미일간 무역협상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 엔화의 절상이 일본의 무역흑자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공세로 125엔 수준이던 달러-엔 환율은 그 해 6월 107엔 수준으로 급락했습니다. 엔화 초강세이죠. 달러-엔 환율의 추락 속도가 워낙 가팔라 그 해 봄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가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에 나서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하죠. 지난달 31일의 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약회사 CEO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일본과 중국을 겨냥했습니다. "그들은 시장에서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장난(play)을 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바보들처럼 가만히 앉아만 있다"고 말했습니다. 24년 전처럼 달러-엔 환율이 곤두박질쳤습니다.
트럼프의 발언이 전해지기 직전 파이낸셜타임스(FT)에는 피터 나바로 미국 국가무역위원회 의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나바로 위원장은 "유로화가 엄청나게 저평가되어 있다. 독일은 그런 유로화를 가지고 미국과 유럽연합 파트너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공격했습니다. 유로화가 달러에 대해 급등했습니다.
트럼프의 환율전쟁이 막 시작된 듯합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달러 약세몰이에 나선 것은 지난 1993년 클린턴 정부 출범 초기 이후 처음 있는 일로 기억합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역사가 항상 기계적으로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지침을 제공해주긴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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