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본유출과 위안화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 은행권에 대한 자본통제를 강화했다. 은행권은 새 규제에 따라 고객들이 위안화를 해외로 송금하면 그 이상의 위안화를 들여와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 말을 빌려 중국 정부가 최근 도입한 규제에 따라 상하이에 있는 은행의 경우 고객이 100위안을 해외로 송금하면 똑같이 100위안을 해외에서 들여와야 한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160위안을 해외로 송금할 때 100위안만 들여오면 됐다. 위안화의 해외 순유출을 전면 차단한 셈이다.
베이징에서는 규제가 더 강화됐다. 이 곳 은행들은 고객이 해외로 80위안을 송금하면 이보다 많은 100위안을 들여와야 한다.
아울러 당국은 월 단위로 파악하던 은행권의 위안화 유출입 흐름을 매주 들여다보기로 했다.
FT는 중국이 이처럼 자본통제를 강화한 건 자본유출과 위안화 평가절하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최근 부쩍 속도가 빨라진 위안화 약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보유외환을 털어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4년 사상 최대로 4조달러가 넘었지만 환율방어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 말에는 3조11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지지선인 3조달러를 밑돌면 시장이 중국의 환율방어 의지를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안화 약세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위안/달러 환율 추이/그래프=블룸버그
FT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외환당국인 국가외환관리국(SAFE)이 최근 자본통제 강화에 나선 게 외환보유고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봤다.
인민은행과 SAFE는 지난해 11월부터 500만달러 이상의 해외송금이나 환전에 대한 사전 심사에 착수했고 500만달러 이상의 해외기업 M&A에 대한 심사도 강화했다. 올해부터는 연간 5만달러로 제한된 개인 환전에 대한 규제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은행을 통해 위안화를 해외로 송금해 외환으로 바꾸는 게 가능했지만 새 규제로 길이 막히게 됐다.
정책연구소인 노스스퀘어블루오크(NSBO)에 따르면 중국에서 순유출된 위안화는 지난해 9월에 2650억위안을 웃돌았지만 자본통제가 강화되면서 급감세로 돌아섰다. 특히 은행을 통한 위안화 해외 송금·환전 규모는 지난해 12월에 2015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위안화 국제화의 일환으로 위안화 해외 송금을 반겼지만 이번 조치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이 뒷걸음질치게 됐다고 FT는 지적했다.
위안화는 2015년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에 이어 세계 5대 지급결제 통화로 부상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역시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에 이어 5번째로 국제통화기금(IMF) 준비통화인 특별인출권(SDR)의 구성통화가 됐다.
한 소식통은 "이번 조치로 중국 수입기업들이 위안화 송장을 결제하는 데 애를 먹게 됐다"고 말했다. 위안화 지급결제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에 대한 이번 조치가 중국에서 영업하는 외국은행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봤다. 외국은행이라 국경을 넘나드는 송금 업무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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