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 13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국은 분명히 환율 조작국이다. 그들은 '우리가 환율을 절하하고 있다'고 말하는 대신 '우리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위안화는 떨어지는 게 아니다. 그들이 인위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그들과 경쟁할 수가 없다. 우리 통화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게 우리를 죽이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달러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이 되도록 "조작"함에 따라 미국의 대 중국 수출이 위축되고 중국의 대 미국 수출이 부풀어 올랐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입니다.
트럼프는 지난 20일 취임연설에서도 "공장들이 하나씩 멈추고 해외로 이전됐다. 미국 중산층의 부(富)가 전 세계에 배분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인위적으로' 낮게 조작됐다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엄청난 흑자를 냈겠죠. 하지만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 2015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전에만 해도 9.9%에 달했지만, 지금은 국제적으로 ‘균형’ 수준으로 간주되는 GDP 대비 ±2%에 근접할 정도로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오히려 경상수지 흑자 수준은 일본이 중국보다 더 높습니다. 독일과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엄청납니다. 그런데 독일과 일본의 흑자는 우리나라의 흑자와 좀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같은 선진국들은 지난 수십, 수백 년간 큰 부(富)를 축적해 왔습니다. 고도 성장기에 저축(흑자)을 충분히 쌓아왔기 때문에 이제는 그걸 쓰는 국면을 맞이해 있습니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어느 정도의 경상수지 적자가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나 중국과 같은 이른바 신흥국들은 저축(흑자)을 쌓은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이 모아 두어야 나중에 그 돈을 헐어 쓸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는 지금 노인들이 받는 연금 보험금보다 청년들이 내는 연금 보험료가 훨씬 더 많습니다.
만약 우리나 중국 같은 신흥국들이 위 그래프의 미국이나 영국처럼 매년 적자만 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지난 1990년대 말과 같은 외환위기를 반복해서 겪을 것입니다.
반면 선진국들은 그동안 쌓아둔 부(富)가 워낙 많기 때문에 해마다 적자를 내고 외채를 빌려 써도 외환위기를 겪지 않습니다.
그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기에 위 그래프는 아주 못마땅하겠죠. 흑자를 내는 나라들에는, 그게 선진국이든 신흥국이든 상관없이, 아주 모질게 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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