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정면대결로 치달을 태세다. 전문가들은 세계 양강(G2)의 무역전쟁이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과 더불어 미중 양국이 본격적인 보호무역 기조로 나아갈 경우 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가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G2 무역전쟁 확산 韓·日 '새우등' 블룸버그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자의 반무역 공약이 아시아에서 1930년대식 무역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1930년대 초 보호무역에 열을 올리며 관세전쟁에 돌입했다. 대공황에 맞서 미국이 제정한 관세인상법, 이른바 '스무트-홀리' 법안이 발단이 됐다. 실효세율을 60%까지 높인 이 법안에 맞서 다른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관세를 올리자 불과 4년 만에 전 세계 무역량이 3분의 1로 줄고 세계 경제는 대불황에 빠졌다.
프리얀카 키쇼어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중국에 무거운(45%) 관세를 물리겠다고 한 공약이 1930년대식 무역전쟁의 재발 가능성을 높였다"며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서방의 포퓰리즘,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가 철광석과 철강 등 이미 예상되는 분야를 넘어 섬유, 가전, 자동차 등으로 무역제한 조치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경우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도 고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중국 외에 특히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세 나라 모두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상당해 미국의 눈총을 받고 있는 데다 납품망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모간스탠리는 트럼프의 보호무역 공세에 특히 취약한 산업분야로 통신, 컴퓨터, 자동차를 꼽았다.
트럼프는 이미 전방위로 반무역 공세를 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다. 트럼프는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토요타가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고 멕시코에서 만든 자동차를 수출하면 막대한 세금을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토요타뿐 아니라 멕시코를 생산거점으로 삼거나 눈여겨 보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업계 전체에 대한 위협이다. 기아자동차도 지난해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中, 보복 엄포…"위안화 약세 '핵폭탄급' 파장" 중국은 트럼프의 반무역 공세에 보복을 벼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는 지난 5일 논평에서 "중국 상무부 입구에는 꽃이 있지만 문 뒤에는 몽둥이(big sticks)를 숨겨뒀다"며 "둘 다 미국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주도할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 지명자 등 반중 매파(강경파)를 겨냥한 발언이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소식통들은 중국 당국이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에 대한 세금, 반독점 관련 조사 등으로 보복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페니 프리츠커 미국 상무장관도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회견에서 중국 관리들로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새로운 관세를 물리면 보복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미국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대미 보복 조치로 미국 국채 투매와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수 있다며 위안화 절하가 특히 핵폭탄급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안화 절하는 중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한국과 일본 등 경쟁국에 악재가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에서 자본 이탈을 부추기는 재료로 취약한 중국 경제를 뒤흔들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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