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인덱스 추이./그래프=블룸버그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번질 태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해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오히려 중국은 자본 유출의 도화선이 될 위안화 값의 약세 행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위안화 절하로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커지면 한국을 비롯한 경쟁국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국 통화 약세 유도 경쟁, '환율전쟁'의 빌미가 되는 셈이다.
미국 투자주간지 배런스는 9일자 최신호에서 환율전쟁의 전운이 세계 무역 질서와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배런스는 특히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게 환율전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는 오는 20일 취임하자마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나라는 대미 무역에서 강도 높은 제재를 받는다.
환율조작국 지정에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중국이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하는 물론 극단적인 환율 자유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 이코노미스트는 이 여파로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 통화절하 경쟁이 전 세계로 확산할 게 뻔하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의 호아킴 펠스 세계 경제 고문은 지난해 말 낸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전 세계가 이미 '환율냉전'(cold currency war)에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환율냉전은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양적완화(자산매입), 금리인하(마이너스 금리) 등을 동원한 종전의 환율전쟁과 다르다. 재래식 무기를 쓰지 않고 힘을 겨룬 미국과 구 소련의 냉전에 빗댄 말이다. 펠스는 이미 미국 대선 전부터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중국 인민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은밀한 전략으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해왔다고 지적했다. BOJ의 장단기 금리 조작, ECB의 국채 매입 금리 상한 철폐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5월 저점에서 11% 반등했다. 2013년 2월의 저점에 비하면 30% 올랐다.
펠스는 미국이 지금은 달러 강세를 용인하지만 트럼프가 취임하고 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봤다. 달러 강세 역풍이 그의 지지 기반인 제조업계를 흔들면 취임 100일 사이에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올해 3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긴 FRB의 통화정책 방향도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제2의 플라자합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달러 강세 역풍을 막기 위한 모종의 밀약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플라자합의는 1985년 9월22일 미국 뉴욕에 있는 플라자호텔에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G5(주요 5개국) 재무장관이 한 데 모여 달러 강세 반전을 위한 시장 개입에 합의한 것을 말한다. 독일과 일본이 총대를 메고 마르크화와 엔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기로 했다.
플라자합의 덕분에 미국은 곧 50% 이상 절상됐던 달러 강세 위협에서 벗어나 경제 호황을 누렸다. 반면 일본은 엔화 강세(엔고) 직격탄을 맞았다. 자산시장의 거품 붕괴가 촉발한 일본의 장기불황,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은 현재진행형이다.
카르멘 라인하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제2의 플라자합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1985년 플라자합의 때와 달리 총대를 멜 나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최근 엔화 약세(엔저) 덕을 보지만 여전히 저성장 늪에 빠져 있고 독일은 유로화 체제에 묶여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다.
라인하트 교수는 결국 트럼프 정부와 FRB가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배런스는 극적인 정책 전환이 될 것이라며 결국 미국이 환율조작국이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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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인덱스 추이./그래프=블룸버그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번질 태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해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오히려 중국은 자본 유출의 도화선이 될 위안화 값의 약세 행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