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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동계올림픽] [上] 2020 도쿄는 후원금 목표 2배 모았는데… 2018 평창은 쩔쩔 맨다 기업들 최씨 일가 이권개입 의혹 일자 후원 계약 미뤄 주거래 은행 못구해 내년 2월 입장권 판매도 못할 판 - 부족한 4000억원 충당방법 없어 한전 등 공기업에 손 벌렸지만 "지원 법적 근거 없다" 난색 - 금융권도 외면 주거래은행 선정 후원금 조건, 500억→150억 낮춰도 손사래
지난 16일 오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열리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서 만난 식당 주인 김모(53)씨는 텅 빈 거리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최순실이 정치판뿐 아니라 올림픽도 다 말아먹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쏟아진다"면서 "지금쯤이면 올림픽 분위기로 지역 일대가 으쌰으쌰 해야 하는데, 관심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개막 1년 2개월을 앞둔 평창 동계올림픽이 탄핵 정국의 유탄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온 국민의 시선이 정치판에 쏠리면서 현지에서조차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열기를 느끼기 어렵다. 더군다나 정부와 기업의 관심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대회 예산 마련도 쉽지 않은 상태이다. 올림픽 예산 2조8000억원 중 4000억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최순실 일가의 올림픽 이권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기업들의 미르재단 출연 등이 문제가 되자 후원을 약속했던 대기업들도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운영비 관리와 입장권 판매 업무를 담당할 주거래 은행(금융 파트너)도 아직 찾지 못한 상황이다. 올림픽 티켓 발매가 예정된 내년 2월까지 주거래 은행을 구하지 못하면 입장권 판매부터 차질을 빚는다.  공사중인 개·폐회식장… 공정률 37%에 그쳐 - 지난 16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짓고 있는 올림픽플라자(3만5000석)의 모습. 이곳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장소로 현재 공정률이 37%에 불과하다. /고운호 기자
반면 2020년 열리는 도쿄올림픽의 경우 일본 정부가 국제 이벤트를 활용해 내수 진작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강해 벌써부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일본은 기업들의 후원도 줄을 이으면서 올 상반기 기준 스폰서십 목표액의 배가 넘는 후원금(3조5000억원)이 모였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경기장 건설, 인건비, 시스템 구축비, 운영비 등 올림픽에 필요한 자금은 총 2조8000억원이다. 이 중 2조4000억원은 조달 계획이 일단 마련됐다. 방송권과 글로벌 스폰서 마케팅 수익금(30%), 기업 스폰서십(40%), 입장권과 기념주화 판매 수익(30%)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4000억원에 대해서는 개막을 1년2개월 앞둔 지금까지도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기업·대기업 후원 외면에 올림픽 예산 부족 조직위는 부족한 4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금융권에 후원을 요청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국회 평창특위까지 나서 공공기관, 금융기관, 민간기업의 후원과 기부를 촉구한다는 결의안을 냈다. 하지만 가시적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기업들은 '법적 근거도 없이 후원하면 배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도우려고 해도 도울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공사법 등에 따르면 올림픽 후원은 목적 외 사용에 해당된다는 것이 내부 결론"이라고 말했다. 성백유 평창올림픽 조직위 대변인은 "작년 순이익이 13조원인 한전 등이 국가 행사인 올림픽에 한 푼도 후원하지 않는 것은 너무하다"고 했다. 모금 계획이 수립된 9400억원 규모의 기업 스폰서십도 실제 모금 상황은 순탄치 않다. 조직위는 당초 올해까지 전체 9400억원 중 90%를 모금하려 했지만,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등에 출연했던 기업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상황이 변하면서 12월 현재 86%(8130억원)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최순실 일가가 평창올림픽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기존에 후원하기로 합의했던 기업들도 실제 계약을 미루고 있다. 
이 상태라면 본격적으로 올림픽을 준비해야 할 내년 상반기까지 조직위가 후원사 모집에 매달려야 해 올림픽 준비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직위로부터 후원 요청을 받은 한 대기업 관계자는 "당장 미르재단 관련 검찰 수사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있어 후원 계약을 늦추고 있다"며 "이미 후원을 한 기업들도 평창올림픽 공식 후원사라고 대놓고 알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금융권도 후원 외면 올림픽 전반의 운영비를 관리하고, 입장권 판매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 파트너도 아직 선정되지 않고 있다. 당초 조직위는 지난 10월 올림픽 입장권을 판매하기로 했다가 주거래 은행을 찾지 못해 내년 2월로 판매 일자를 연기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재까지 주거래 은행으로 나서려는 은행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당초 조직위가 주거래 은행이 되려면 500억원을 후원하라고 했다가 아무도 안 하니 지금은 150억원까지 후원 금액이 내려간 상태"라며 "솔직히 금융 파트너가 돼봤자 홍보 효과가 50억원도 안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누가 150억원을 선뜻 내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자국 은행이 1000억원 이상을 후원하며 금융 파트너로 나섰다"며 "국책은행이라도 금융 파트너로 나서려면 정부의 입김이 필요한데, 지금 정국 상황에서는 정부도 총대를 쉽게 메려고 하지 않아 막막하다"고 말했다. ◇국민들도 동계올림픽 무관심 더 큰 문제는 올림픽 분위기 자체가 뜨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재수 강원도청 동계올림픽본부장은 "홍보를 하지만 시국이 혼란스러우니 국민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며 "이러다가는 세월호 사건으로 무관심 속에 치러졌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처럼 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지난 16일 올림픽 쇼트트랙 테스트 이벤트가 열렸던 강릉시 아이스아레나에서 만난 강릉 주민 김모(65)씨는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지만 지금은 기대를 많이 접었다"며 "지인들끼리 자칫 올림픽이 지역 행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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