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솅투자그룹은 지난주 캄보디아 LYP그룹과 건설 협약을 맺었다. 수도 프놈펜 근처 2000헥타르 규모 부지에 컨벤션센터, 호텔, 골프장, 놀이공원 등을 세우는 내용이 담겼다. 투자액은 약 15억달러(약 1조7577억원)로 캄보디아 GDP(국내총생산)인 159억달러(약 18조6316억원)의 약 10%에 맞먹는다.
동남아 내륙국인 라오스에서는 중국 주도의 철로 공사가 한창이다. 양국 국경과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까지 약 414km에 이르는 이 건설에는 약 54억달러가 소요될 전망이다. 라오스 작년 GDP의 절반에 해당한다. 중국은 미얀마에서도 막대한 투자로 특별경제구역, 발전소, 항구 등을 건설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가 중국의 투자를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들 3국을 새로운 수출거점으로 삼겠다는 심산이다. 덕분에 이들의 올해 성장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도한 중국 의존도에 따른 위험성 역시 함께 지적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얀마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8.1%로 전망했다. 이라크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다. 라오스, 캄보디아 역시 올해 각각 7%, 7.5%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3국에서는 부동산에서 철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가파른 성장을 통해 소비 수요를 키워 안정적인 수출지로 만들겠다는 목적이다. 중국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각광 받는 분위기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에드워드 리 연구원은 중국이 "상품 판매와 좋은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는 이들 3국을 주시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추세를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차이나베이지북인터내셔널의 데렉 시저스 수석연구원은 3국으로 향하는 중국 자금 대부분은 매우 저렴하게 대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기업들의 진출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가 차원의 투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신실크로드 구축)와 궤를 같이 한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시 주석은 베이징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와 만나 양국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 2005년부터 진행된 중국발 투자 규모는 라오스 GDP의 약 15%에 맞먹고 있다.
3국 역시 중국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미얀마의 실질적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는 올해 정부 구성 이후 곧바로 중국과 관계맺기에 나섰다. 중국은 미얀마의 최대 무역상대국으로 작년 전체 무역거래의 40%가 중국을 통해 발생했다. 캄보디아의 경우 작년 중국과의 무역거래액은 48억달러(약 5조6241억원)로 2012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수출 뿐만 아니라 중국의 상품 공급망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다. IMF에 따르면 이들 3국에서 중국의 수입량은 지난 5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덕분에 3국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는 곧 소득수준 상승 및 빈곤 감소를 의미한다. 세계은행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하루 생활비 1.9달러 미만인 인구 비중은 1994년 30%에서 2012년 2.2%로 급감했다. 라오스의 경우 1992년 22.9%였던 빈곤율이 16.7%까지 하락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중국 의존도가 위험성 역시 수반한다고 지적한다. IMF는 캄보디아의 경우 "의류 공장 다수가 위탁가공무역(CMT) 형태를 띠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캄보디아 업체들은 비중 및 자율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IMF에 따르면 캄보디아 총부채의 약 43%가 중국 개발은행들의 대출해준 자금이다.
더 큰 우려는 중국의 막대한 자본 유입이 특정 권력집단에만 수혜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로 발생한 부(富)가 소수의 손에 집중돼 오히려 국가적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CIMB프라이빗뱅킹의 송셍운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이 소비층으로 보는 중간소득계층이 발전하는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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