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13, 14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에서는 FRB가 다음주에 기준금리를 0.50-0.75%로 0.25%포인트 높일 가능성을 약 93%로 봤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뒤 FRB의 금리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장악했다. 감세, 기반시설 투자 등 트럼프의 대규모 재정부양 공약이 배경이 됐다. FRB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에 미국 증시와 국채 금리, 달러 값이 동반 상승했다.
이에 따라 한편에선 FRB의 금리인상 공세가 내년에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트럼프 랠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다가 하반기엔 FRB의 금리인상 공포가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이런 이유로 FRB가 다음주에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만 이후 몇 개월, 몇 년간의 기준금리 향방을 논의하는 건 훨씬 까다로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FRB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근거로 FRB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향방이 분명해질 때까지 점진적인 금리인상 방침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시장에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언 셰퍼드슨 판테온마크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에 다음주 모임은 매우 어려운 회의가 될 것"이라며 "FRB가 트럼프 정부 아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로 해석될 만한 발언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RB가 불필요한 정치적 리스크(위험)를 초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WSJ는 FRB 일각에서 트럼프의 재정부양이 통화긴축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트럼프의 공약이 새 정부의 정책에 얼마나, 어떻게 반영될지 장담할 수 없는 만큼 두고 보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윌리엄 더들리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전날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둘러싼 워싱턴 정가의 움직임이 향후 몇 년간 보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아직 커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을 거론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아울러 재닛 옐런 FRB 의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고려할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입장이다.
옐런 의장은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통화정책 향방과 관련해 의회의 결정과 FRB의 최신 경기전망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FRB는 이번 회의에서 향후 몇 년간의 금리 및 경기 향방 전망을 담은 분기 보고서를 공개한다. FRB는 지난 9월에 낸 보고서에서 기준금리를 내년에 0.25%포인트씩 2차례, 2018년과 2019년엔 각각 3차례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새 보고서의 금리 전망에는 변화가 거의 없고 실업률, 물가상승률, 성장률 전망치만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와 새 의회의 구상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건 2018년 이후가 될 것으로 봤다. 이때까지는 FRB가 금리정책 향방과 관련해 시장과 소통하는 게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FRB가 다음주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지난해 12월에 이어 1년 만의 금리인상이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두 번째다. FRB는 당초 지난해 12월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올해 4차례의 추가 인상을 예고했지만 중국의 성장둔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을 비롯한 악재가 잇따라 뜻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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