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는 미국 셰일오일의 등장으로 인해 원유시장이 자유경쟁체제로 재편된 모습을 설명 드렸습니다.
자유경쟁시장에서는 생산원가가 높은 공급자는 도태되기가 쉽죠. 특히 경쟁 공급자가 많아서 가격이 대폭 하락하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기반은 유가가 20달러대로 폭락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유가의 상단을 막아서는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의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셰일오일은 무슨 힘으로 그 혹독한 가격 폭락기를 견뎌냈을까요?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바로 '생산성의 향상'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셰일오일 시추공 하나에서 생산되는 원유량이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하반기 유가 폭락이 시작된 이후로는 추세가 더욱 뚜렷하죠.
우선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후 유정들을 폐쇄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죠. 그래서 생산기술을 고도화하는 노력을 펼쳤습니다. 혹독한 가격 폭락세가 업체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높이도록 유도한 셈입니다.
과거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이 개발되고 적용됨에 따라 똑 같은 비용을 들이고도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원유 한 배럴당 생산원가는 대폭 떨어졌습니다.
유가 폭락으로 인해 원유 시추공 가동 수가 뚝 떨어지자 관련된 장비 임대료나 서비스 지원가격, 임금 등도 크게 하락했습니다. 생산원가는 더욱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금융'이 가세했습니다. 부실한 원유기업들을 새로운 자본이 인수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부채의 부담이 대폭 탕감됐습니다. 그래서 생산원가는 더욱 하락했습니다.
유가 폭락기 초기에만 해도 미국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BEP)은 배럴당 80달러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던 것이 60달러, 50달러로 떨어지더니 지금은 더 낮아졌어요. 미국 노스 다코타주 배켄 지역의 생산원가는 지금 15달러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계속 떨어지고 있답니다. 이란과 비슷한 수준이며 이라크보다 약간 높을 뿐입니다.
컨설팅업체인 '리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배켄지역 전체의 BEP는 평균 29.44달러로 지난 2014년의 59.03달러에 비해 30달러, 절반이나 낮아졌다. 이 역시 기술발전에 힘입어 앞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라고 합니다. 전화위복이란 말을 실감하게 하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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