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흐름을 엿보는 바로미터로 꼽히는 월별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가 조사 주체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조사하는 제조업 PMI는 넉달만에 경기 확장의 기준점인 50 아래로 다시 추락한 반면 영국 시장조사기관 마킷이 주관하는 차이신 제조업 PMI는 50을 돌파하며 17개월만에 ‘경기 회복’ 신호를 알렸다. 전문가들은 차이신 PMI가 국가통계국 PMI보다 시장 흐름을 더 빠르게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제조업이 바닥을 찍고, 회복 국면으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그러나 이날 중국 증시는 국가통계국 PMI가 다시 50이하로 떨어진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락했다.
1일 중국 경제참고보는 마킷이 조사한 7월 차이신 제조업 PMI가 50.6으로 지난해 2월 이후 17개월만에 기준점인 50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반면 이날 국가통계국이 내놓은 7월 제조업 PMI는 49.9로 4개월만에 다시 50 미만으로 주저 앉았다. 중국 제조업 PMI가 기준점인 50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는 경기 회복의 중요한 가늠자로 통한다. 이 때문에 이날 2개의 PMI가 상반된 모습을 보인 것은 중국 경제의 혼돈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적이다.
◇차이신 PMI 17개월만에 50 돌파, 경기 기대감도 '성큼'
하지만 다른 해석도 있다. 국영 대기업 중심으로 3000개가 넘는 기업을 상대로 조사하는 국가통계국 PMI는 경기 상황 반영이 늦은 반면 420개 민간기업 위주로 조사하는 차이신 PMI는 상황을 한결 빨리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PMI가 17개월만에 경기 확장의 기준점인 50을 돌파했다는 것은 그만큼 제조업 경기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진단이다.
실제 이전 PMI 흐름을 보면 차이신 PMI가 국가통계국 PMI보다 한발 앞서 간 것은 맞다. 차이신 PMI는 지난해 9월 47.2로 단기 바닥을 찍고 이후 우상향 곡선을 보인 반면 국가통계국 PMI는 올해 2월에서야 49로 단기 바닥을 찍었다. 이전에도 차이신 PMI가 수 개월 먼저 상승 스타트를 끊거나, 주저 앉았던 장면도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차이신 PMI가 420개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제조업 경기를 조사한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중국 경제의 첨병 격인 동부해안 기업들이 많이 포진한 것도 차이신 PMI의 속보성을 끌어올리는 대목이다. 공급 측 개혁이 국유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올 여름 대폭우 피해로 대기업 중심으로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않은 점도 차이신 PMI와 국가통계국 PMI가 이번에 엇갈린 이유로 꼽힌다.
17개월만에 50을 돌파한 차이신 PMI의 속살은 나쁘지 않다. 생산지수와 신규주문지수, 고용지수, 원자재 재고지수 같은 굵직한 항목들은 상승세가 뚜렷하다. 특히 신규 주문이 늘며 공장 생산량은 최근 2년간 가장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증권망은 “신규 주문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최근 수개월간 노동력을 줄여 생산원가는 낮아지고, 생산효율은 높아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에 응한 대부분 제조업체들은 신제품 출시나 판매 흐름, 신사업도 전보다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하로 수출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 PMI와 차이신 PMI의 행보가 엇갈리며 앞으로 제조업 경기 회복 향배를 어떻게 관측해야 하느냐에 대한 의견도 양분된다. 전문가들은 일단 차이신 PMI가 17개월만에 50을 돌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8~9월 제조업 성수기에 차이신 PMI와 국가통계국 PMI가 동일 행보를 보일 것인지에 주목한다.
◇아직은 경기회복 속단 일러, 증시도 관망세
하지만 일부에서는 차이신 PMI 50 돌파를 성급히 경기회복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들린다. 일부 대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는데다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생산원가의 돌발 변수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위안화 환율이 수출에 계속 유리하게 움직인다는 법도 없다.
차이신싱크탱크 거시경제 담당 종정셩 연구원은 “적극적인 재정정책 등으로 하반기 들어 중국 경제와 기업이 안정세로 들어선 것은 맞다”며 “그러나 경제하방 압력이 여전히 존재하며 재정 및 통화 정책 유지는 갈수록 힘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주식시장도 더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 이날 중국 A증시는 차이신 PMI 50 돌파에도 불구, 오후 1시55분(현지시간) 현재 상하이종합지수 기준 2943.80까지 밀리며 1.20% 하락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13일 3060으로 고점을 찍은 이래 3주째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영대증권 리다샤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과잉 생산 업종의 부담과 본질적인 수요 위축, 대폭우 후유증 등이 몰고 올 파장과 정부가 추가로 적극적인 경기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맞물린다”며 “3분기 이후 경기 회복 가능성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8~9월 제조업 성수기에 차이신 PMI와 국가통계국 PMI가 동일 행보를 보일 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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