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철강·시멘트 기업의 잇단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이어 또 다시 조선업계 발 디폴트 위기에 노출됐다. 특히 과잉 생산 업종의 일부 기업들은 만성 적자에 자금 여력까지 없어 디폴트 문제가 계속 확대될 조짐이다.
3일 중국 계면에 따르면 조선·해운기업인 우한국유물류산업그룹(이하 국유물류)은 지난해 8월 발행한 ‘15국유물류 CP001’ 채권이 오는 6일 만기가 돌아오지만 이를 상환하지 못할 전망이다. 채권 이율은 7.0%로 상환 금액은 4억2800만위안(721억원)이다.
국유물류는 “현재 다각도로 채권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15 국유물류 CP001 채권의 만기 상환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번 부도 리스크는 국유물류의 자회사인 조선업체의 총체적 부실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유물류는 “조선업 불황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며 “(디폴트 위기에 노출된) 채권과 연관이 있는 자회사 양저우국유선박제조유한공사는 이미 조업 중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디폴트 전 조짐은 일찌감치 엿보였다. 중국 대공국제신용평가는 지난달 궈위물류의 신용 등급을 투기등급인 ‘CCC’로 낮춘 바 있다. 국유물류가 발행한 채권 등급도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고 원리금 상환 능력이 없음’ 을 나타내는 ‘C’ 등급으로 조정했다. 대공국제신용평가는 “국유물류에 대한 외부 (자금) 지원은 사실상 끊겼고, 자기 자금으로 채권 상환을 하는 것은 힘들어 신용위기에 처한 상태”라고 밝혔다.
◇조선업계 발 디폴트, 금융시장에 또 다시 먹구름
문제는 중국 조선·해운업의 불황으로 제2, 제3의 궈위물류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채권시장에서는 지난 2월 산수시멘트가 디폴트를 선언한 이래 철강기업 동북특강과 광시비철금속 등이 잇따라 거액의 디폴트에 처했다. 하나 같이 과잉 생산업종 기업들로 조선·해운 기업까지 여기에 가세한다면 중국 디폴트 위기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전망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조선·해운업체들의 올해 채권 상환 만기 금액은 503억위안(8조47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540억위안, 2015년)에 맞먹는다. 특히 지난해보다 올해 업황이 더 나빠져 조선·해운업계 발 대규모 부도 사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중국 조선업계에서 올 상반기 2만톤급 이상 선박을 신규 수주한 업체는 단 27개사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만톤급 이상 선박 신규 수주업체는 101개사였지만 수주 가뭄이 갈수록 극심한 모습이다. 2007년 220개사가 2만톤급 이상 선박을 수주한 것에 비하면 조선업계의 침몰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5월 저장성의 조선·해운기업 춘하그룹은 4억위안에 달하는 채권의 디폴트를 선언했고, 조선업 계열사는 파산 절차에 들어가기도 했다.
리엔순증권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업 채권 디폴트는 30건으로 2014~2015년까지 2년간 디폴트 건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디폴트 금액도 220억위안에 달해 최근 2년간 디폴트 금액의 2배가 넘는다.
◇줄줄이 다가오는 채권 만기, 무사히 넘길까
중국의 비금융업종에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규모는 5조1000억위안으로 알려졌다. 전년대비 45% 증가한 것이다. 이중 134개 채권은 이미 채권평가기관으로부터 등급 하향조정을 받아 디폴트에 노출됐다는 평가다. 이중 석탄과 철강, 건축자재, 부동산, 비철금속 등 과잉 생산 기업들의 채권이 60%에 달한다. 대부분 만성 적자 기업으로 부채비율도 심각해 디폴트 위기는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도 강시기업의 퇴출을 강도 높게 추진할 방침이어서 어지간한 디폴트 리스크는 감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생각보다 실제 디폴트 선언은 적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디폴트 문제가 크게 확산됐기 때문에 기업들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신용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퍼져 있다”며 “채권 디폴트에 미리 대처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비관적 정서가 개선되지 않고 있고, 과잉 생산업종의 업황이 워낙 나쁘기 때문에 디폴트에 이은 구조조정은 기정 사실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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