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곧 개막한다. 하지만 이 나라 분위기는 '지구촌 축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치·경제 상황이 워낙 위태로워서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퍼펙트스톰'(perfect storm) 한 가운데에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4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5일 개막하지만 브라질 정치·경제가 엉망진창이라며 축제 분위기가 날 여지가 없다고 보도했다.
카를로스 카이세도 IHS마킷 남미지역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리픽이 벌써부터 '악몽'이 됐다며 "브라질에선 더 이상 누구에게도 올림픽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인들이 신경쓰는 건 정치·경제위기의 해법뿐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이번 올림픽이 재앙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개막이 코앞인데 경기를 치를 준비조차 끝내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브라질인들에게는 이같은 우려조차 다른 악재에 비할게 못 된다.
당장 브라질은 정치권이 완전히 마비됐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부정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다. 그는 탄핵위기에 몰려 지난 5월부터 직무가 정지됐다. 브라질 상원이 이달 말 최종 표결에서 탄핵안을 가결하면 그대로 퇴출된다.
브라질 상원 탄핵위원회는 이날 표결로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권고했다. 상원 최종 표결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안드레아 무르타 애틀랜틱카운슬 남미 지역 애널리스트는 "호세프 대통령이 이달 말 상원에 의해 탄핵될 것이라는 건 뻔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되면 2018년 말까지 남은 임기는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부통령)이 채우게 된다.
문제는 테메르도 부패사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호세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브라질의 유력 정치인 상당수가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에서 비롯된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 브라질 정치권의 지도자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페트로브라스의 위기는 브라질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 브라질 부패 스캔들의 '몸통'이라는 오명을 쓴 이 회사는 현재 천문학적인 부채와 미국 주주들의 집단소송 위협에 흔들리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페트로브라스 주가는 부패 파문이 불거진 2014년 11월 이후 25% 가까이 추락했다.
IHS마킷의 카이세도는 "페트로브라스 같은 기업을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며 브라질 GDP(국내총생산)에서 페트로브라스의 비중이 5%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페트로브라스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몸값이 떨어져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여지가 커졌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사 기반을 다시 탄탄하게 다질 계기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9위 규모를 자랑하는 브라질의 경제 여건은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이 나라 경제는 올 1분기에 0.3% 위축됐다. 지난해 GDP는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09년은 IOC가 리우데자네이루를 올해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최종 선정한 해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치솟아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9%로 1년 새 3%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올 1월에는 10.7%까지 뛰었다가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졌다. 2009년엔 4-5%에 불과했다.
카이세도는 "리우데자네이루가 2009년에 올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 브라질은 세계 최고였지만 이후 브라질과 세계 경제 상황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의 경기가 곤두박질치게 된 변곡점이 페트로브라스에서 이 나라 역사장 가장 큰 부패 스캔들이 터진 2014년이라고 지적했다.
주목할 건 브라질 증시가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지수는 지난 한 달간 11%, 올 들어 14% 넘게 올랐다. 최근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테메르 효과가 주효했다고 본다. 친기업·시장주의자인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권을 승계해 정국의 교착상태를 끝내고 친시장 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테메르의 개혁이 의회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고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을 면해 더 큰 정정불안을 일으킬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의 무르타는 "브라질이 아직 끝나지 않은 '퍼펙트 스톰'의 한 가운데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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