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2.00원 오른 1110.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br>
최근 대외여건 변화로 원화가 가파른 절상 흐름으로 바뀌면서 우리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2월 중국 경기둔화로 달러당 1240원을 넘어서면서 5년8개월만에 최고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8월에는 1110원대로 급락했다. 5개월간 원화 가치가 약 12%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9일 발표한 동향진단 보고서에서 “수출이 지난해 1월부터 19개월째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원화가치 상승이 이어진다면 수출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미국 달러화는 2014년 중반 이후 금리인상 기대감으로 강세를 나타내면서 원화를 비롯해 엔화, 유로화, 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는 달러화 대비 절하됐다. 그러나 최근 대외여건 변화로 환율 방향성이 바뀌는 분위기다.
이 수석연구원은 “유럽, 일본 등 주요국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로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져 글로벌 투자자금이 신흥국으로 대거 유입돼 신흥국 증시 상승, 통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1~2월 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7조9840억원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됐다. 이로 인해 2015년말 달러당 117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2월말 124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3~4월에는 주식, 채권시장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7조5670억원 순유입되면서 4월 중에는 원/달러 환율이 1130원대로 하락했다. 5~6월에는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 브렉시트 불안감 확대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1조5360억원 순유출되고 환율은 1190원대로 상승했다.
원화는 달러화 외에도 유로화, 위안화에 대해서도 절상됐다. 지난해말과 비교해 유로화에 대해선 3.3%, 위안화에 대해선 7.6% 각각 가치가 높아졌다. 브렉시트 이후 급락한 파운드화에 대해선 18.8% 절상됐다.
반면 엔화(11.7%), 브라질 헤알화(15.2%), 러시아 루블화(5.8%) 등에 대해선 절하됐다.
주목되는 특징은 최근 원화와 위안화 환율과의 연계성이 이전보다 약화된 것이다. 6월 이후 위안화는 소폭 절하추세를 유지한 반면 원화는 절상 추세를 나타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위안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오히려 강세를 보인 것은 위안화 약세 폭이 크지 않은데다 중국 증시나 실물경제 지표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기 때문”이라며 “원화가 지금처럼 빠른 절상 추세를 이어간다면 실질실효환율 측면에서 상대적인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향후 원화는 절상 흐름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시기에 약세를 보이다가 금융불안이 가시면 다시 빠르게 강세로 복귀하는 모습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2년 3월 이후 52개월째 사상 최장기간 흑자를 기록하고 등 원화강세 요인이 잠재돼 있다는 평가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외환당국의 미세개입도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절하를 유도하는 달러화 매입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등 원화약세 압력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달러화 매도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주요국이 경기악화 방지 차원에서 수출회복을 위해 자국통화 약세를 도모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외환시장 내의 기대 쏠림을 방지하는 노력과 함께 공적 연기금의 해외투자 확대속도를 높이는 등 환율안정 수단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화완화 정도를 유동성이 금리수준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원화가치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금리수준을 결정하는 통화정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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