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GDP)이 6.7%로 확정됐다.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6.5~7%’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민간투자와 수출 감소, 부실채권 증가 같은 성장률의 걸림돌들은 여전히 위협적이라는 지적이다. 남중국해와 사드 문제 같은 복잡한 미·중 정치구도가 성장률에 어떤 변수가 되느냐도 관심거리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금액이 34조637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만 놓고 보면 GDP는 18조2111억위안, 성장률은 6.7%다. 지난 1분기 GDP는 15조8526억위안, 성장률은 6.7%였다.
올 상반기 성장률은 여전히 3차 서비스산업이 주도했다. 상반기 3차 산업 생산액은 18조4290억위안으로 전년대비 7.5% 증가했다. 반면 상반기 2차 산업 생산액은 13조4250억위안으로 6.1% 성장에 그쳤고, 1차 산업 생산액도 2조2090억위안으로 전년대비 성장률이 3.1%에 머물렀다.
◇L자형 성장 진입…'안정속 성장' 목소리
올 상반기 성장률이 안정을 보이며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도 잦아들고 있다. 특히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6.5~7%’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국가통계국 성라이윈 대변인은 “공급 측 구조개혁과 ‘대중창업 만중창신’ 같은 신성장동력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경제 전반이 안정적으로 운행되고 있다”며 “안정 속의 성장”이라고 밝혔다.
구주증권 덩하이칭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기업 이익과 소비가 줄어들던 상황에서 다시 회복됐고,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부동산 시장 회복 등이 안정적인 GDP 성장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L자형 성장의 한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GDP 성장률만 보더라도 지난해 1~2분기 각각 7.0% 성장률을 보인 이래 3분기 6.9%, 4분기 6.8%에 이어 올해 1~2분기 6.7%로 매번 낮아지고 있다. 이 추세라면 3분기 이후 성장률은 다시 한 계단 낮아진 6.5~6.6%까지 밀릴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지난해 GDP 기준으로 0.1%p는 676억위안(11조4500억원) 정도다.
◇시장경제지위·민간투자 등 곳곳에 복병 도사려
특히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이나 사드 문제 같은 복잡한 정치 구도가 미국과 유럽의 중국 수출 압박 카드로 확대될 경우 중국의 하반기 성장률은 흔들릴 수 있다. 중국 경제에서 미국과 유럽을 향한 수출 의존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만 15년이 되는 12월 이후에도 중국 측에 시장경제지위를 주지 않을 방침이다. 중국이 시장경제지위를 얻지 못하면 미국은 중국산 수출품의 덤핑 여부를 가릴 때 얼마든지 중국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이는 중국 수출에 적지 않은 타격이다. 지난달 미국이 중국산 철강제품에 522% 반덤핑 관세를 매길 수 있었던 것도 중국에게 시장경제지위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6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8% 감소하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위축되고 있는 민간투자도 걱정거리다. 올 상반기 중국의 민간부문 투자는 15조8797억위안으로 2.8%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연간 10% 성장률과 큰 대조를 이룬다. 결국 중국 경제의 3두 마차인 소비, 수출, 투자 중에서 소비 부문만 합격점일 뿐 수출과 투자는 제 역할을 못하는 모습이다.
◇성장률 담보 위해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나와
중국 시중은행들의 부실채권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도 경제 성장의 또 다른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 5월말 현재 중국 은행부문의 무수익여신(부실채권) 규모는 2조위안(346조원)에 달하며, 부실대출비율은 다시 2.15%로 높아졌다. 올해 1~5월 새롭게 증가한 부실채권만 2800억위안에 달하는 등 경기 둔화와 구조조정 여파로 은행들의 부실채권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하반기 성장률을 담보하기 위해 또 다시 금리 인하나 지급준비율 인하 같은 통화 팽창 정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독일상업은행 저우하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에도 통화 팽창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투자가 약하고 경제성장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달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고, 올해 연간으로 2~3회 지급준비율 인하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진핑 정부는 2020년까지 중국 100년 목표 중 하나로 ‘GDP와 1인당 국민소득을 2010년의 2배’로 만들 방침인데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매년 6.54% 성장률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중국의 100년 목표 달성은 시진핑 정부가 가장 신경 쓰는 현안으로 통한다.
한편 이날 인민은행은 6월말 통화량(M2)은 전년대비 11.8% 늘어 예상치(11.5%)에 부합했다고 밝혔다. 6월 위안화 대출 증가 금액은 1조3800억위안으로 예상치(1조400만위안)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경기 부양을 위한 인민은행의 통화팽창 정책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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