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쿠데타 발발 소식 이후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세를 보였지만 다른 신흥국 통화는 건재한 모습이다. 이는 시장이 터키 쿠데타를 터키만의 문제로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진단했다.
이날 터키 금융시장에서는 주식, 채권, 통화(리라화)가 모두 약세를 보였다. 쿠테타 시도는 불과 6시간 만에 진압됐지만 정정불안 우려가 고조된 탓이다. 터키 증시 BIST100지수는 전장대비 7.1%, 리라화표시 채권 기준물 가격은 4% 폭락했다.
리라화 값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격은 쿠테타가 일어난 지난 주말 4.7% 하락했는데 이날도 1.4%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일간 리라화가 더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 중앙은행이 1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리라화 약세 전망을 뒷받침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터키의 중기적 성장 전망이 나빠졌다며 국가신용등급을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이미 투자적격등급 막바지(Baa3)에 있는 터키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터키의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면 투자부적격(투기) 등급인 '정크'(쓰레기)가 된다.
이와 달리 다른 대부분의 신흥시장은 터키의 쿠데타 문제를 씻어낸 분위기다.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랜드화 값은 이날 달러 대비 2.3% 올랐고 멕시코 페소화와 브라질 헤알화는 상승폭이 더 컸다.
미국 금융업체 씨티그룹은 "향후 며칠이 투자심리가 위축됐는지 여부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증거들은 터키의 쿠데타 실패가 다른 신흥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닐 드웨인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의 글로벌 전략가도 "시장은 터키 쿠데타 실패가 경제적 영향이 제한된 고립된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아시아에서도 많은 펀드매니저들은 이미 터키 쿠데타 문제를 지나간 일로 보고 거래에 나선 분위기다. 다만 외환시장은 혼조세를 보이며 터키 쿠데타 우려를 소폭 드러냈다. 인도네시아 루피화 값은 달러에 비해 1% 하락했으며 말레이시아 링깃화도 0.3% 내렸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터키 쿠테타 파장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쿤 고 AZN뱅크 아시아 리서치부문 대표는 "만일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의 정치적 리스크 요인을 더 크게 보기 시작했다면 남미와 중동에 더 집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흥시장은 5개월째 랠리를 만끽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일본 증시의 장기 이익 감소에 의해 신흥시장채권펀드로 몰린 자금이 정점에 달했다. 터키 국채도 올해 랠리를 펼쳤다.
그러나 이번 쿠테타로 10년 만기 리라화 표시 터키 국채 수익률(금리)은 지난주 9%에서 이날 9.5%로 올랐다. 수요가 줄어 가격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만기가 같은 달러 표시 터키 국채 가격도 같은 기간에 1.7% 떨어져 금리가 지난주 3.8% 수준에서 이날 4.2%까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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