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하는 대신 중국의 철강생산을 감축하도록 하는 등의 타협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집행위는 이날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한다. FT에 따르면 EU는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는 대신 EU가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과 덤핑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이 시장경제 지위를 획득하면 중국이 미국이나 EU가 부과하는 반덤핑관세 등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다는 점에서 시장경제 지위 부여 여부는 큰 경제적 이해가 걸린 사안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15주년을 맞는 오는 12월에 시장경제 지위가 자동으로 부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부 EU 회원국들은 중국의 WTO 가입협정문의 관련 문구가 애매하다면서 결정을 미뤄둔 상황이다.
이를 찬성하는 영국은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중국과 EU 간 교역과 투자를 대폭 늘릴 것이라고 기대한다. 반면 미국과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지위 인정은 곧 값싼 중국 제품에 대한 수입을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일이라며 반대한다.
EU의 절충안은 철강제품 수입이 예외적인 규모로 늘어날 경우 고율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반덤핑이 발생할 경우엔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신(新) 조부조항'을 도입하겠다는 것. 관세무역일반협정 1947(GATT)의 조부조항엔 개별 회원국의 수입규제조치를 묵인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EU는 극단적인 경우 덤핑마진(정상가격-수출가격)을 넘지 않는 선에서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WTO의 '최소부과원칙' 적용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반덤핑관세의 상한선을 철폐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EU는 반덤핑관세 부과 절차를 가속화하고 그동안 간헐적으로만 사용됐던 보조금 관련 상계관세도 적극적으로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WTO협정에서 수출국이 특정 수출산업에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경우, 수입국은 그 수입상품에 대해 보조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EU가 추진하고 있는 이같은 타협안은 양쪽에서 모두 반발에 부딛힐 것으로 보인다. 절충안은 EU 회원국들과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앞서 유럽의회는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하는 데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중국이 시장경제 지위와 과잉생산 억제를 연계하려는 EU의 방침에 동의해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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