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990년대 이후 TV, 반도체 등 전기·전자 분야에서 우리나라에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한 것과 같이 최근 들어서는 중국이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증가했지만 중국이 이를 재가공해 다른 나라에 수출하면서 전체적인 세계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축소됐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주요 기업들이 생산비용을 아끼기 위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것도 우리경제 수출의 부가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1일 발표한 ‘중국의 감속성장이 우리경제에 주는 의미’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나라 주요 제품의 수출 시장점유율 변화는 과거 일본이 경험했던 것과 유사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의 수출구조는 우리나라와 비슷해졌다. 소비재 비중이 감소하고 자본재와 중간재의 수출비중이 높아졌다. 국제연합(UN)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경합도는 홍콩,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이에 따라 중국 수출량이 확대된 산업일수록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떨어졌다.
실제로 2000년과 비교해 2010년 중국의 컴퓨터 수출은 41%, TV 수출은 17.7%, 가전제품 수출은 20.0% 증가했다. 이 기간 우리나라의 품목별 시장점유율은 컴퓨터 2.5%포인트, TV 3.7%포인트, 가전제품 2.0% 각각 하락했다.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높아지는 상품일수록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더 낮아진 셈이다. 20~30년전 일본이 섬유, 전자 관련 시장에서 우리나라에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결국 기술모방이 쉬운 산업일수록 시장을 다시 빼잇기기 쉽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생산비용을 아끼기 위해 중국 현지에 설비투자를 확대한 영향으로 수출의 부가가치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수출 한 단위당 부가가치가 해외로 유출되는 비중(세계 평균)이 2000년 21.3%에서 2011년 24.2%로 상승했다. 이 기간 우리나라의 부가가치 해외 유출비중은 29.7%에서 41.6%로 급등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중국경제 성장으로 수출의 양적확대는 긍정적 측면이나 수출 단위당 부가가치 비중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실제 수출이 우리 성장에 기여한 부분은 수출증가율 수치보다 적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우리경제 성장세가 자본투입 감소로 둔화되고 있고 국내 장치산업 상당수가 중국으로 옮겨간 영향을 고려하면 중국의 등장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우리나라 수출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비중은 지난해 기준 26%에 달한다.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질 때 우리나라 수출은 약 0.3% 가량 줄어드는 구조다.
우리나라 대중 수출 중 중국에서 소비자는 비중은 40% 미만이고 나머지 60% 이상은 중국을 거쳐 해외에서 소비된다.
대중 중간재, 자본재 수출 비중은 1990년대와 비교해 크게 늘었으나 소비재 수출 비중은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보고서는 “이는 내구재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진 요인도 있으나 일본, 미국 등 선진기업이 중국, 대만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못하는 영향이 컸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에 비해 비교우위를 지킬 수 있는 개별제품을 많이 발굴해야 한다”며 “중국을 생산기지보다는 소비시장으로 활용하는 비중을 계속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사이트에서 게재되는 정보는 오류 및 지연이 있을 수 있으며 그 이용에 따르는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또한 이용자는 본 정보를 무단 복사,전재 할 수 없습니다. (주)씽크풀 서울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0, 15층(여의도동, 미원빌딩) 고객센터 1666-6300 사업자 등록번호 116-81-54775 대표 : 김동진
Copyright since 1999 ⓒ ThinkPool Co.,Ltd.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