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영국 맨체스터 컨벤션센터에서 브렉시트 투표용지 개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블룸버그·게티이미지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 탈퇴여부 투표) 개표가 진행되며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잔류가 박빙판세를 보이는 가운데, 브렉시트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부는 물론 일반인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적은 내수시장으로 해외무역과 자본교역에 경제의 큰 부분을 할애하는 한국에게 브렉시트가 결코 ‘강 건너 불’일수 없기 때문이다.
브렉시트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첫 번째 영향은 단연 초단기적으로 가치가 움직이는 주식과 외환 시장이다. 탈퇴가 유력할 경우 번번히 상승장에서도 박스권에 막혀 좀처럼 2000선을 돌파하지 못하는 코스피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날도 2001로 출발한 코스피는 개표 결과 탈퇴표 우세가 나타나면서 오전 중 1930선까지 후퇴했다. 오후 1시에는 탈퇴 우려가 커지며 코스피는 1908까지 하락했고,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40% 이상 하락하며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탈퇴가 확실시되면 추가 하락도 우려해야하는 상황이다.
외환 시장도 요동쳤다. 24일 원-달러 환율은 115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탈퇴 표가 예상 외로 과반수를 웃돌자 오전 10시쯤 개장가보다 11원이 급등한 1161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 달러와 영국 파운드도 약세를 기록했고, 상대적으로 브렉시트 영향을 적게 받는 안정 자산으로 평가받은 일본 엔화는 장중 달러당 100엔이 3년 만에 붕괴되며 가치가 오르기도 했다. 탈퇴가 유력할 경우 원화 가치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자산 대표주자인 금 시세는 상승했다. 국내 금 시세는 오전 11시 현재 전일보다 판매가가 172원 올라 4만4834원을 기록했다. 금융 분야 선도국인 영국에서부터 금융 상품 불안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에 금 시세는 일찍부터 브렉시트 수혜자로 여겨져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렉시트 찬성시 금 시세는 10% 이상 오를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논평을 23일 보도했다.
정부는 “브렉시트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하고자, 기획재정부는 브렉시트 투표 개표가 진행된 이날 긴급회의 열었다. 기재부는 오늘 열린 ‘브렉시트 관련 동향 점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개표 결과를 모니터링하며 탈퇴로 가결될 경우 합동 점검반을 가동하는 한편 비상대책에 따른 시장안정 조치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IMF 등 주요 기관들도 아시아 등 유럽 외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며 “한국은 영국과 무역금융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큰 규모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영국의 위험노출액이 높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계 자금도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영국계 자금은 올해 1~4월 한국 주식시장에서 4200억원 규모 순매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 2조8000억원 중 15%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브렉시트가 주는 영향으로 영국계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주식시장에 큰 변동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와 무역시장에 주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해 독자적 길을 걷는다는 것은 저성장과 보호무역주의를 행사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세계 5위 경제 강국인 영국의 울타리가 높아지고 이와 연쇄반응이 이어진다면 저성장과 교역규모 축소는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른 교역량 감소는 한국에도 연쇄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제유가는 영국의 EU 잔류가 점쳐지면서 오전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개표 결과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와 IT업체 등은 한-EU FTA 대상국에서 영국이 제외되고, 유럽연합의 규모와 결속력이 줄어들면서 금융시장 불안과 무역규모 및 유럽 역내 내수 감소가 이어진다면 국내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단일 시장 축소 효과로 수출입 등 교역이 줄어들고, 각국이 금융 불안정성을 우려해 자금 회수에 나서는 등 악조건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중심 경제 체계로 수출입 규모와 무역 수지가 큰 영향을 미치고, 주식 및 자본시장에서 외국계 자금이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에게 브렉시트가 가져올 효과는 적다고 단언할 수 없는 셈이다.
한국시간으로 정오가 지난 현재 브렉시트 투표는 탈퇴가 잔류에 비해 2%P정도 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 파급 효과마저 안개에 가려진 정국에 한국에서도 전문가와 일반인들의 많은 눈이 쏠린 가운데 개표 결과에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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